이번에 말씀드릴 사건은, 『다수 보험회사의 16개 손해보험에 가입한 의뢰인이 8년에 걸쳐 합계 700여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보험금으로 합계 2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다수 보험회사가 '의뢰인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위 금원을 편취한 것'이라며 의뢰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된 형사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16고단○○○○ 사건)입니다.
이후 수사기관은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및 사설 의료감정기관에 대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이 받은 입원치료의 적절성에 관하여 감정을 의뢰하였고, 두 기관은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700여일 간의 입원치료는 적절하지 않다'는 감정의견으로 회신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문적인 기관의 수사결과까지 있게 되자, 의뢰인은 급기야 구속까지 되었고, 나아가 구속된 채로 '사기'로 기소되었습니다.
즉, 의뢰인은 다수 보험회사의 다수 보험에 가입하여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상당히 고액인 보험금을 받았던 것인데 이러한 의뢰인의 행위는 일견 전형적인 '보험사기'로 보이기에 손색이 없는 경우였습니다.
● 사건에 대한 접근 및 변론방향의 모색
이러한 상황에서 의뢰인은 『억울하다. 희귀한 질병으로 인한 심한 통증을 감당할 수 없어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지 허위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다. 가족이 있는데 8년 중 2년 가까이 입원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는 취지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뢰인의 심정과는 달리, 이 사건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형상 피고인이 보험사기를 범하였다고 보일만한 외관이 존재하여 이 자체로 의뢰인의 사정을 해명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었지만, 더욱 우려스웠던 것은 재판도 '사람'인 판사(이하 '재판부'라고만 합니다)가 하는 것인 관계로 재판부가 이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초기에 가지게 될 (의뢰인에 대하여 불리한) 인상 내지 편견을 어떻게 깨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심증으로 형성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이 사건에서는 다른 사건 이상으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납득될 만한 사정 뿐만 아니라 의료전문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납득될 만한 사정도 충분히 제시될 필요가 있었고, 오히려히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입증해 나가기 위한 적절한 변론은 서두에 의료전문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재판부의 (가능한) 편견을 깨뜨려가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아래와 같은 세부적인 변론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 위 변론방향에 입각한 구체적인 변론의 진행
우선 (1) 의료전문적인 관점에서는, ① 의사의 검토 하에 '의뢰인이 당시 가지고 있던 A 질병의 구체적인 증상 자체'를 규명하는 한편, 재판에 현출된 방대한 진료기록을 일별하여 'A 질병으로 인해 의뢰인이 가졌던 통증의 구체적인 증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변론에 적극 현출시키는 등 실제 의뢰인에게 A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규명하였고, ② 의뢰인의 입·퇴원이 모두 의뢰인을 직접 진료하였던 담당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을 뿐 아니라 의뢰인이 이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는 점을 사실조회 등의 증거수집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리고 ③ 의뢰인을 직접 진료하였던 담당의사를 수소문하여 문의하면서 '실제 의뢰인에게 장기간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존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또 위 의사에 대하여 심도있게 증인신문을 진행함으로써 당초 수사기관이 확보하였던 감정의견의 신빙성을 적극 탄핵하였습니다.
그리고 (2)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①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그동안 의뢰인을 진료하였던 병원을 대상으로 '과잉진료'를 이유로 요양급여 비용삭감 등의 조치 등 불이익을 가한 적조차 없었다는 점, ② 의뢰인이 (여느 허위 입원자들의 경우와 달리) 병원 외에서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었다는 점, ③ 의뢰인이 다수 보험회사의 다수 손해보험에 가입한 것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소득 수준에 비해 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증거에 입각해 규명하였습니다.
● 결과 및 의의
위와 같은 변론의 결과, 공판기일(증인신문기일 포함)이 거듭하면서 재판부의 생각이 조금씩조금씩 무죄의 심증 쪽으로 기울어져 갔는바, 이에 의뢰인은 재판 도중 (판결 선고 이전에) 미리 보석이 허용되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재판부는 끝내 위 변론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의뢰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요컨대 이 사건은, 일견 당초 전형적인 '보험사기'로 보일 만한 외관이 충분히 존재하였고 또 이에 의뢰인이 구속된 채 공소제기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에 관한 전문지식, 의료인에 대한 적극적인 자문 및 세밀한 사실관계 정리·구성 등을 토대로 깊이있게 변론을 진행함으로써 의뢰인의 억울함을 해결하여 줄 수 있었던 사례입니다.
